회원들 중에는 유독 A컵이 많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가슴이 작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을 때 남성회원들 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사람이 몇 있었고 그들은 모두 끔찍한 응징을 당했다. 하지만 실제로 우유협회와 비교했을 때 커피협회 회원들의 가슴이 더 작은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평균일 뿐이지 모든 회원들의 가슴이 작은 것은 아니었지만 유독 작은 사람이 많기도 했다. 로우위는 그 중 한 명이었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가슴이 작아진대.”
“그래서?”
무척 더운 여름날이었다. 사무실로 쳐들어온 발렌타인은 협회에서 전하라는 용건은 그런 거 뭐 중요하냐며 대충 끝내고는 로우위의 사무실 소파에 눌러 앉아 커피를 내놓으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래서 커피를 내리던 중 발렌타인이 갑자기 입을 열었고 로우위는 차가운 표정으로 발렌타인을 노려보았다.
“회원이 커피를 마시는 데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 게다가 자기도 먹을 거면서.”
“뭐 어때, 난 괜찮아.”
발렌타인은 가슴을 테이블 위에 얹듯 기대어 앉았다. 과시하듯 내민 가슴이 식탁 위에서 한 번 출렁거렸다.
“날이 더우니까 가슴 밑에 땀도 차고, 옷 입을 때 신경도 쓰이고 불편하다니까. 그거 알아? 블라우스 단추 사이에 똑딱 단추 안 달면 벌어져서 엄청 보기 싫다니까. 가슴 큰 거 불편해. 좋겠다, 로우 위 너는.”
“아, 그래.”
로우 위는 드립을 하려고 꺼내놓은 융과 주전자를 집어넣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눌렀다. 에스프레소 머신에 불이 깜박였다. 로우위는 잔에 미리 얼려놓은 커피 얼음을 몇 개 담은 다음, 방금 머신에서 내린 커피를 부었다. 금새 차가워진 커피가 발렌타인의 앞에 놓였다. 로우위는 차갑게 중얼거렸다.
“설탕이나 시럽은 알아서 넣어.”
“이야 고마워.”
그리고 발렌타인은 커피를 입에 넣자 마자 온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야, 이거!”
“커피는 좋은 거지.”
갓 내린 에스프레소에 에스프레소 얼음이 들어가니 더블샷, 아니 트리플샷쯤 되는 물건이 탄생했다. 발렌타인은 시럽이나 우유를 찾으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주위에 그런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네가 커피로 이런 장난을 치냐?”
“장난이라니?”
“넌 커피와 협회에 충실한 거 아니었어?”
“난 커피를 숭배하는 게 아니야. 우주의 질서를 존경할 뿐이지.”
로우위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리며 자기 몫의 커피에 차가운 우유를 부었다.
“지독한 기집애.”
“그게 뭐.”
결국 발렌타인은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나서야 물과 우유와 시럽을 받아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참 차가운 커피 한 잔 얻어마시기 힘드네. 로우위의 사무실을 나서며 한참을 궁시렁거리던 발렌타인은 로우위가 믿는 것이 커피도 아니고 협회도 아니고, 신도 아니라는 아까의 대화에서 흘러나온 미묘한 실마리를 나중에야 떠올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