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우유신화
업데이트 6회 예약 받고 있습니다.(~2.26 오후 6시)
제5회 업데이트 http://kalupdate.xo.st/ 에 이번에도 커우신 부스로 참가합니다 아즈님과 또 같은 책상입니다 리버스입니다 이번에도 발렌로우 사이에 로우발렌을 끼우고 싶었는데 또 실패해서 아쉬ㅇ읍읍읍
이번에는 3행사 연합으로 이루어지는터라 회장이 엄청 넓어지고 부스도 엄청 많아졌네요. 무섭지만 기대가 됩니다. 부스입장...다이스키닷.....
그래서 책이 2권...나올 거 같은데요, 한권은 확정, 한권은 아무래도 아리까리합니다ㅠㅠㅠㅠㅠ
일단 확정인 만화본
커피우유신화
(한국판 로우 위+일본판 로우 위) x 초기설정 로우 위
16p(실원고 14P) 중철본. 컬러표지
2000원.
그러니까 이건...그.......
얼마 전에 마사님이 블로그에 올리진 초기설정의 커우신( http://blog.naver.com/masaruchi )에 나오는....로우 위가.... 본편의 한국판/일판 로우위랑..... 여차여차 하는..... 맥락도 내용도 없는 떡책인데요.....
아ㅏ 몰라 그냥 셋이 뒹구는게 보고싶었어요. 맛있는거+맛있는거는 완전 맛있는 거겠지? 하는 느낌으로 조합했습니다.(약속된 망금의 전개) 재밌었습니다. 톤칠이랑 효과음 넣기가 즐거웠어요... 제목은 레빈님이 지어줬습니다. 매우 정확하게 제곧내인 책이 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건 살짝 아슬아슬한 소설본
표지는 소연님(https://twitter.com/soyeonap)께 커미션을 드려 제작헀습니다. 표지가 너무..예뻐요....
커피우유신화
발렌타인 x 로우 위
90P(예정) 떡제본. 컬러표지
5000원(페이지수가 줄어들면 하향 될 수 있습니다.)
19금
본편 이전 22~3세의 발렌타인과 로우 위가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썸도 좀 타고 떡도 좀 치고 하는 책입니다. 완전 가벼운 분위기. 전에 짧게 썼던 웹용 글 ( http://betaken.tistory.com/115 )에서 이어집니다.(이하 샘플에서 내용이 겹칩니다) 전체적으로 저런 분위기. 마감에 맞출 수 있으면 나오고...아니면 펑크인.....책입니다.....(ww)
또한, 태내방뇨나 역강간플레이 같이 취향을 타는 소재가 다수 등장합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ww)
표지 제작은 소연님께 부탁드렸습니다. 지금 시안만 봤는데도 무지 이쁜ㅠㅠㅠㅠ
완성되면 표지그림도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
01.
매끄럽게 닦인 대리석 바닥을 경쾌한 구두소리가 가로지른다. 팅, 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양복을 갖춰 입은 일단의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섰다. 밝은 미소, 오고가는 인사. 사람들의 얼굴에서 그늘은 찾아 볼 수 없다. 금융가 한 가운데에서는 불황도 세련된 모습으로 머무르고 있다. 더 유능하게, 더 친절하고 성실하게 보여서 해고 대상이 되지 않으려는 몸부림들이었다. 술렁거림과 불안한 공기는 없었지만 색색깔의 컨버스화와 청바지는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어깨선이 딱 들어맞는 재킷과 윤이 나는 구두가 만들어내는, 성형 미인 같은 아름다움만이 남았다.
고마운 일이었다. 덕분에 구두닦이는 성업 중이다. 건물 로비로 딱딱한 나무가방을 어깨에 맨 청년이 들어섰다. 셔츠에 조끼는 입고 있지만 노타이에 첫 번째 단추는 풀었다. 갈색 로퍼 위로 살짝 보이는 발목이 하얗다. 청년은 익숙한 듯이 안내데스크로 다가가서 주머니에서 명찰을 꺼내 보였다. 회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 있는 구두닦이 가게의 사원증이었다. 회사원들이 구두와 의상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런던 시티구역에는 구두닦이 가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구두닦이들은 골목 어귀나 노천카페 주변으로도 모자라 회사 안까지 드나들게 되었다. 건물 밖으로 나갈 짬이 없는 회사원들에게는 좋은 일이었지만 경비원들에게는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몇몇 회사는 아예 좀 규모가 큰 가게와 전속 계약을 맺고 정해진 시간에 구두닦이를 들여보내기도 했다.
청년은 몇 주 전부터 출근하기 시작한 구두닦이였다. 구두를 닦는 데에는 고급기술이 필요 없었지만 가게 매니저는 사람을 가려서 뽑았다. 보통은 구두를 닦을 동안 신을 슬리퍼를 내어 주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정장 스커트를 입은 여성 고객의 다리를 보면서 구두를 닦아야만 할 때도 있다. 너무 음흉하거나 고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인상도 곤란하지만 너무 화려하게 잘생긴 얼굴도 곤란하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은 합격점이었다. 흐릿하고 잿빛이 섞인 금발아래 자리한 수수한 얼굴은 보는 사람에게 희미한 인상만을 남겨주었다. 편안한 분위기의 그에게 안내데스크의 직원도 밝은 미소를 건네었고, 그는 작은 목례로 답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래층 사무실들은 오전 시간에 이미 다른 직원이 방문 했을 것이다. 청년은 직원용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계약을 맺을 때, 전면 통유리로 되어서 건물 밖에서도 안이 보이는 내빈용은 사용하지 말라는 주문이 있었다. 청년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가방을 고쳐 매었다. 어차피 런던 시내의 빌딩은 지겹게 내려다봐왔다. 굳이 일하는 중에 다시금 구경하고픈 생각도 없었다. 위쪽 사무실들은 높은 층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들리는 것이 편했기 때문에 최상층에서 아래로 세 번째 버튼을 눌렀다. 기계의 웅웅거리는 소리를 말없이 듣고 있으려니 중간쯤에서 엘리베이터가 섰다. 들어선 사람은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어깨가 꼿꼿한 남자였다. 기분이 안 좋은 듯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이런 시기에는 오히려 남자가 고위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증거였다. 회사 안에서 표정 관리를 할 필요가 없는 남자인 것이다. 청년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예의바르게 눈을 내리깔았다. 저 쪽에서 먼저 말을 걸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불쑥 들어온 목소리에 청년은 조금 놀랐다.
“몇 번 본 적 있는 얼굴이군. 구두닦이인가?”
“네.”
긴장한 티가 역력했지만 낮은 목소리였다.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무실을 방문하면서 닦는 건가? 내 사무실에서는 본 적이 없는데.”
“저어, 34층 위로는 올라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 그런가.”
엘리베이터 안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대화의 맥이 끊겼지만 청년은 함부로 입을 뗄 수가 없었다. 남자는 왼손으로 턱수염을 잠시 만지더니 팔짱을 꼈다. 커프스단추가 반짝거렸다. 불편한 공기를 바꾸려는 듯, 청년이 스쳐가듯이 말했다. 필요하시다면 언제 한번, 사무실로 불러 주세요. 남자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남자가 내렸다. 힐끗 뒤를 돌아보았지만 바닥을 바라보고 있던 청년과 눈이 마주치지는 않았다.
사흘 뒤, 청년은 다시 남자와 마주쳤다. 이번에는 엘리베이터 안에 젊은 여성도 함께였다. 비서인 것 같았다. 그녀는 안경을 만지며 이상하다는 듯이 청년을 흘끔거렸다. 시선을 눈치 챘지만 청년은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았다. 말을 아끼고 있는 건지, 긴장 한 건지 구분이 안 가는 모습이었다. 남자는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한 공기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듯 한가로운 표정으로 손목시계를 만지작거렸다. 작게 잘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차임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지만 청년이 내리기 전에 비서가 다시 닫힘 버튼을 눌렀다.
“올라가서 내 것부터 닦게.”
청년이 뭔가 묻기도 전에 남자가 말했다. 반론은 들어본 적도 없다는 말투였고, 그래서 청년도 아무런 대답 없이 조용히 서서 엘리베이터가 다시 멈추기를 기다렸다. 36층은 한 층 전체를 사무실 두 개가 차지하고 있었고 세 사람은 중앙 복도에서 왼쪽 문으로 들어갔다. 비서 업무를 보는 책상과 웨이팅 룸 뒤로 다시 육중한 나무문이 보였다. 방으로 따라 들어온 청년이 문가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남자는 곧 몸을 돌려 문을 닫았다. 찰칵 하고 잠금쇠의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윤기가 흐르는 가죽 소파에 앉았다. 잠시 바라보던 청년이 나무가방에서 펠트로 된 얇은 슬리퍼를 꺼내었다.
“슬리퍼를 드릴 테니 구두를 벗어주시겠습니까?”
“아니, 신은 채로 부탁하지.”
청년은 의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단정하게 내려앉았지만 결이 좋지 않은 머리카락이 보였다. 방 안의 블라인드는 닫혀있었고 형광등 아래에서 내려다보이는 머리색은 더 칙칙한 밀 빛깔이었다. 하얀 장갑을 낀 손이 남자의 왼쪽 발을 잡았다.
“그럼 왼쪽부터 실례하겠습…”
“정말 구두나 닦기 위해 사무실 안에 들인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 그 정도는 알 나이로 보이는데.”
손이 멈칫했다. 발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청년이 손끝을 움츠렸다.
“그럼 잠깐, 장갑을.”
“천천히 하게.”
면으로 된 장갑이 천천히 손에서 벗겨졌다. 하얗다기보다는 죽은 빛을 띠는 손목이 보였다. 벗은 장갑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손끝이 깨끗했다.
“구두닦이라면서 손톱이 아주 깨끗하군?”
“맨손을 보실 일이 있으실 때 불쾌하시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웃음을 터트렸다. 손을 뻗어 청년의 턱을 들어 올리자 희미하게 보라색이 먹힌 회색 눈동자가 남자를 마주 올려보았다. 아이리시인가? 손을 볼로 옮기자 익숙한 듯이 손바닥에 얼굴을 기대온다. 옅게 주근깨가 얹힌 볼은 조금도 붉어지지 않은 채였다.
“이쪽이 본업인가?”
“아뇨.”
“하지만 익숙해 보이는데.”
“안타깝지만 혀를 쓰는 건 지금 기대하시는 것보다 다른 데 더 능숙하죠. 예를 들면 대화라던가.”
20분 뒤, 나무가방을 어깨에 맨 청년이 사무실 문을 열고 나왔다. 비서는 청년의 등을 흘끗 보았지만 말을 걸지는 않았다. 복도로 나온 청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가는 버튼을 눌렀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내려왔지만 아무도 청년을 주의 깊게 보고 있지 않았다. 건물 밖으로 완전히 나온 청년이 가방을 다른 쪽 어깨로 바꾸어 매었을 때 뒤에서 낮게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Shoe shine boy.
“구두 닦는 데 얼마야?”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자 청바지에 가디건을 걸친 금발 청년이 서 있었다. 금융가 한 가운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림새는 아니다.
“네가 신고 있는 건 구두가 아닌데.”
로우 위가 발렌타인의 컨버스화를 보며 말했다. 발렌타인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깝잖아. 모처럼 네가 그런 차림새까지 하고 있는데.”
“시답잖은 소리 하지 말고 주차장으로 안내해. 차 가지고 왔지?”
증권사 주차장에 세워진 새빨간 스포츠카를 본 로우 위는 한숨을 한번 내쉬었지만 군소리 없이 올라탔다.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렸다. 로우 위는 좌석을 뒤로 젖혀 몸을 느슨하게 기대었다.
“한 달 넘게 고생했지? 수고했어.”
정확하게는 43일 만이었다. 머리가 빨리 자라는 편도 아니었고, 원래 머리색도 옅었기 때문에 염색을 여러 번 할 필요는 없었지만 일부러 싸구려 질감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 염색약은 처음 며칠 동안 두피와 눈을 따갑게 했다. 다음부터는 비싼 약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예산도 더 받고. 로우 위는 손을 들어 콧잔등을 문질렀다. 화장이 번지면서 주근깨가 지워졌다.
“그냥 면담 신청을 해서 3,4분 이야기하고 나오면 끝날 일이었을 텐데 말야. 쓸데없이 일들을 키운다니까?”
발렌타인이 로우 위를 위로하듯 말을 건넸다. 도심가를 빠져나와 한산한 국도로 접어들어서 차는 속도를 계속 높이며 달리고 있었다.
“증권은 까다로운 문제야. 낙농협회측도 예의주시하고 있을 테니까 우리가 뭔가 했다는 걸 알아차리면 곤란해. 그리고 속도 줄여.”
“그 동네랑은 어차피 협력관계잖아? 좀 들키면 어때. 그리고 길에 경찰 없습니다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
“어느 쪽?”
“둘 다.”
나무 그늘에 주차해 있던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쫒아왔다. 발렌타인은 혀를 한번 차고는 갓길에 차를 세웠다. 젊은 경찰은 구두닦이 상자를 무릎에 올리고는 조수석에 편히 기대앉은 로우 위와 발렌타인을 잠시 번갈아보다 얼굴을 붉혔다. 말을 조금 더듬는 경찰에게서 벌금딱지를 받은 발렌타인이 다시 창문을 올렸다.
“옆 동네도 마음 탁 터놓고 못 믿는다니 꿈도 희망도 없네.”
“너 일부러 그랬지.”
“아닌데요.”
한층 속도를 줄인 차가 쭉 뻗은 길을 달렸다. 로우 위는 상자에서 장갑을 꺼내 발렌타인의 얼굴로 던졌다.
로우 위가 잠시 눈을 붙이는 동안, 국도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길을 돌아 온 후 발렌타인의 차는 다시 런던 시내로 접어들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미행을 따돌리기 위해서 원래는 더 오래 운전을 할 계획이었지만 문제가 없어보여서 계획보다는 일찍 돌아오게 되었다. 로우 위가 작업을 하던 증권사에서 실제로는 채 20분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버너스 스트리트로 들어서자 보라색필름을 붙인 전면창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된, 세계커피협회의 대외적인 사무실이었다. 협회 앞 좁은 도로에 할당된 주차 공간은 세 칸뿐이었고, 이미 잔뜩 힘을 준 세단 세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발렌타인은 혀를 한 번 차고는 주차 할 자리를 찾아 차를 슬슬 돌렸다. 로우 위가 차 번호판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두 대는 커피협회에서 사용하는 자동차고, 나머지 하나도 기억에 있는 번호이다.
“낙농협회에서 무슨 볼일이지?”
주차 때문에 정신이 팔려 있던 발렌타인이 약간 늦게 대답했다.
“응? 아, 어. 3개월 전에 그거 때문에.”
“우리 쪽이라는 증거는 없잖아?”
3개월 전, 낙농협회의 회원 하나가 살해당하는 일이 있었다. 커피협회든 낙농협회든 회원이 임무 중 순직하는 건 가끔 있는 일이었지만 살해당한 남자는 임무 수행 중도 아니었고 심지어 장소는 협회 건물 바로 앞이었다. 그때의 랭크는 B였지만 간부 승진을 목전에 두고 있었던 사람인 탓에 당시 낙농협회는 내부 음모론과 정치적 갈등으로 한동안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협회 특성상 내부 보다는 외부의 적이 훨씬 더 많이 있었기 때문에 겨우 분위기가 정돈되었다는 이야기가 로우 위의 귀에도 들려왔던 터였다. 발렌타인이 흠칫 한 표정으로 로우 위를 돌아보았다.
“아니, 우리 쪽을 의심하는 건 아닌데.”
“흐음?”
결국 주차 자리를 찾지 못해서 거의 골목 끝까지 나온 발렌타인은 방향지시등을 깜빡거리며 차를 일단 정지 시켰다. 우회전 할 타이밍을 보면서 발렌타인이 말을 이었다.
“그 건 관련해서 이래저래 우리 쪽 협조를 얻을 일이 있나봐. 거기서 지목한 게 너랑 나고.”
아무리 서로 협조관계인 세계커피협회와 세계낙농협회이지만, 어느 정도 견제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간부들이 사용하는 건물이 아닌 접대용 사무실로 약속이 잡힌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하필 두 사람이 지목된 이유도 막 설명하려는 찰나, 로우 위가 기가 막힌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지금 바로 너랑 같이 낙농협회 회원들을 만나야 한다고?”
“응, 사무실 도착하면 자세히 이야기 하려고 했지. 약속시간까지는 아직 좀 남았는데 왜 벌써 와 있는지는 모르겠네.”
“차 돌려.”
발렌타인이 우회전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차를 다시 세웠다. 차 한 대가 빵빵거리며 항의 하듯이 경적을 울리고 지나갔다.
“왜?”
“지금 이 꼴로 그 사람들을 만나라는 건 내가 한 달 반 동안 한 고생을 쓰레기통에 갖다 박으라는 소리인 거 알지?”
발렌타인이 아차 하는 얼굴로 로우 위의 밀빛 머리를 바라보았다. 입고 있는 옷도 평소와 확연히 다르고 머리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어쩌지? 당황해서 입만 뻐끔거려 묻는 발렌타인을 보며 로우 위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머리색만이라도 바꾸면 좀 낫겠는데.”
“어, 방 잡을까?”
로우 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발렌타인은 직진으로 골목을 빠져나가 바로 다음 블록 초입에서 멈추었다. 가끔 회원들이 업무상 이용하곤 하는 부티크호텔이 있었다. 로비에서 친숙한 얼굴의 직원이 발렌타인과 로우 위를 맞았다. 아무거나 빈 방 하나. 제일 싼 걸로요. 예약을 하지 않고 갑자기 들이닥친 것 때문에 가격은 평소 할인가보다 좀 더 비쌌다. 삼백 파운드 가량이 적힌 계산서를 보면서 발렌타인은 눈물을 속으로 삼켰다. 경리부에 청구해야지. 발렌타인이 카드키를 받고 숙박계를 작성하는 동안 로우 위가 손가락으로 소파의 팔걸이를 톡톡 두드렸다. 발렌타인은 받은 키를 곧장 로우 위에게 건네주었다.
“구두만이라도 사 올까?”
“넥타이도. 너무 요란하지 않은 걸로.”
로우 위가 객실에서 탈색을 하는 동안 발렌타인은 호텔 맞은편의 옷가게로 부리나케 뛰어 들어갔다. 아카디아 그룹은 평소 로우 위가 입는 스타일과는 전혀 달랐지만 무난한 저가형 남성 구두와 양말을 살 수는 있었다. 아쉽게도 넥타이는 없었기 때문에 잠시 고민하던 발렌타인은 대신 본인이 입을 긴 팔 티셔츠를 하나 샀다. 가디건 안의 옷은 너무 얇았던지라 런던의 5월에 입기에는 어색했기 때문이다.
호텔로 도착하니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탈색약을 씻어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구두 여기 둔다! 발렌타인은 욕실을 행해 외치고는 구두와 양말을 화장대 아래쪽에 내려놓았다. 방 안에 있는 싱글 베드 둘 중 하나에 로우 위가 급하게 벗어서 던져 둔 옷들이 보였다. 발렌타인은 가디건을 벗어서는 한 번 털고는 그 위로 던졌다. 물소리가 멈추고는 요란한 드라이기 소리가 들렸다. 곧 속옷만 입은 로우 위가 머리를 수건으로 문지르며 걸어 나왔다. 염색약 특유의 찌릿하게 매운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다. 비싼 약을 쓰겠다고 벼르고 있더니, 진짜였던 모양이다. 발렌타인은 비어있는 쪽 침대에 걸터앉아 셔츠를 벗었다.
“넥타이는 없더라. 가디건 회색이니까 괜찮지? 네가 입어.”
로우 위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내가 입을 가디건을 따로 사오지 않고?”
“아니…, 둘 다 가디건이면 커플룩 같아서 소름 돋잖아.”
로우 위도 오싹한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돌렸다. 발렌타인은 벗은 옷을 대충 말아 침대 맡에 던지고 새로 산 옷의 가격표를 뜯었다. 머리의 물기를 대충 제거한 로우 위가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원래 계획했던 약속 시간까지는 얼마 남았지?”
“음, 대충 삼십분? 시간 여유 있는데 넥타이 사러 멀리 나가볼 걸 그랬나?”
벽시계를 흘끗 본 로우 위가 흐음, 하고 애매하게 대답하며 옷을 집어 들었다. 조끼 대신 발렌타인이 내 준 가디건을 걸치자 사이즈가 낙낙하기는 했지만 평소의 분위기는 나는 것 같았다. 구두랑 양말은 화장대 밑에 있어. 침대에 앉아 다리를 까딱거리며 발렌타인이 다시 한 번 알려주었다. 로우 위는 옷은 다 챙겨 입었지만 맨발인 채로 서서는 한 쪽 팔을 들어올렸다. 소매에 코를 묻고는 숨을 얕게 들이쉰다.
“네 냄새가 나.”
발렌타인이 발을 까딱거리는 것을 멈추었다.
“구두 신어.”
“지금은 구두는 쳐다보기도 싫어.”
로우 위가 발렌타인 쪽으로 걸어왔다. 맨살이 싸구려 카페트를 밟는 부드러운 소리가 났다. 로우 위는 발렌타인의 다리를 두 손으로 짚으며 무릎을 꿇고 앉았다. 살짝 긴장해서 파들거리는 근육이 손바닥으로 느껴졌다.
“아까 내가 하려다가 만 거, 지금 할까.”
발렌타인이 로우 위의 머리꼭지를 내려다보다가, 시계로 시선을 돌렸다. 약속 시간까지 약 삼십 분. 호텔 주차장에 차를 그대로 두고 걸어서 가도 십 분이 채 안 걸린다.
“너 이거 안 좋아 했잖아?”
“옷이 따뜻해서.”
그럴 기분이 들었어. 말랐지만 단단한 손가락이 슬금슬금 허벅지 안쪽으로 기어들어왔다. 발렌타인이 손을 들어 올렸지만 로우 위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약간 덜 말라서 목덜미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냈을 뿐이다. 목에 손가락이 닿자 로우 위는 어깨를 움츠리며 발렌타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눈을 감고 버석거리는 새 티셔츠에 뺨을 부빈다.
“새 옷 냄새.”
비닐과 약한 석유냄새가 섞인 새 옷 특유의 냄새가 그제서야 발렌타인에게 느껴졌다. 발렌타인은 숨이 약간 가파진 거 같다고 생각했다. 발렌타인이 로우 위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붙잡아 귀 뒤로 넘겼다. 앞머리가 걷히자 로우 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발렌타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시선은 오래 멈춰있지 않았다. 발렌타인은 얼굴부터 해서 귀, 목, 어깨, 가슴팍을 훑듯이 내려가는 시선에 등이 근질거렸다. 벨트를 풀려고 움직이는 손을 로우 위의 왼손이 붙잡았다. 로우 위는 오른 손 만으로도 솜씨 좋게 발렌타인의 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 방금 물에 닿아서인지 축축하고 뜨거운 입술이 와 닿는 걸 느끼자 발렌타인은 황급히 왼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여기 벽. 완전 얇은, 데…….”
“소리 안 들리게 조심해야 겠군.”
입술을 그대로 붙인 채로 로우 위가 키들거렸다.
커피우유신화
발렌타인 x 로우 위
70P(예정) 떡제본. 컬러표지
4000원(페이지수가 줄어들면 하향 될 수 있습니다.)
19금 버젼에서 수위 장면이 수정되거나 생략된 구성입니다. 사건 전개 자체는 19금 버젼과 같습니다.
이건 사실 이번 행사 펑크 가능성도 높지만요, 반드시 만들거고 후에 통판으로라도 진행합니다^^
예약 양식. 리플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현장예약자용
이름(닉네임) :
구입 책 / 권수 :
기타 : (하시고 싶은 말 아무거나...)
통판예약자용
받는사람 :
입금자명 :
구입 책 / 권수 :
연락처 :
메일주소 :
주소 :
기타 :
(통판은 행사 마친 다음주 2,3일 내에 일괄 배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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