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검난무 온리전 <도를 아십니까> 에 나올 오오쿠리카라 x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 소설입니다.
R-18
A5 16p
2000원
마감에 성공할지 모르겠네요.. 성공하면 좋겠습니다..
※ 혼마루에 오기 전, 다테가에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언급합니다.(다테 마사무네를 포함, 전 주인들 개인의 캐릭터성이 드러날만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가 불탔던 대화재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됩니다.
(책 실물에는 대사 부분에 줄띄움을 넣지 않습니다.)
사람이 모이면 갈등은 일어나기 마련이라 혼마루에서는 늘 크고 작은 소란이 끊이질 않았다. 제 본체마냥 서슬 퍼렇게 날이 선 싸움이 일어날 때도 가끔 있지만, 대체로는 서로 간에 애정과 관심을 기반으로 한 다툼이라 다들 금방 가라앉으려니 하고 하는 양을 두고 보는 것이 보통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가장 다툼이 잦은 것은 평소 행동을 함께하는 이들이나 형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날도 늘상있는 말다툼이라 생각해서 다들 쇼쿠다이키리와 오오쿠리카라의 소란스러운 방문 앞을 여상히 지나쳤다. 싸움이 심각해진다면 말려야겠지만 방문을 닫아걸고 하는 연인 간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점잖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체로 애정 담긴 질책이 오고 간 후에,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지듯이 한층 더 열렬해지는 것이 둘의 패턴이었기에 다들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혼마루 생활 초반에는 안절부절하며 둘 사이가 틀어질세라 지켜보던 츠루마루 역시 곧 마음을 놓고 내버려 두었던 터였다. 하지만 한참 조용해진 후 한명이 문을 나서던 평소와는 달리, 언쟁 도중에 오오쿠리카라가 갑자기 방 밖으로 나왔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문짝을 부수면서 복도로 날아왔다.
“카라꼬마!!”
츠루마루가 기겁해서 달려갔다. 쓰러진 문 위에 엎드린 오오쿠리카라가 배를 감싸 쥐고 신음했다. 발로 차인 것인지, 주먹으로 맞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날아갈 만큼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다급하게 일으켜 세우려는 츠루마루의 손을 뿌리치고 오오쿠리카라가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문이 망가진 방 안에는 미츠타다가 장승처럼 서 있었다. 몸이 바짝 굳어서 팔근육이 올올이 선 것처럼 보였다. 이를 악 문 채로 오오쿠리카라가 미츠타다 앞으로 걸어갔다. 빠악 하는 소리와 함께 미츠타다의 턱이 옆으로 돌아갔다. 뒤로 한 걸음 크게 휘청인 미츠타다가 다시 발을 바로 디디고 선 찰나에 둘 사이로 사다무네가 끼어들었다.
“자, 한 대씩 주고받았으니까 끝, 이걸로 끝!”
사다무네를 사이에 둔 둘이 멈칫하는 사이에 잰 걸음으로 옆으로 다가온 츠루마루가 오오쿠리카라의 팔을 잡아끌었다. 일단 수리 방에 가자. 오오쿠리카라는 아까와는 달리 순순히 츠루마루에게 끌려나갔지만 눈은 방을 나서는 순간까지 미츠타다를 노려보고 있었다. 사다무네가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미츠타다의 팔을 끌어당겨 앉혔다. 입 안이라도 깨물었는지 입가에 피가 번져있다.
“발로 찼어? 이럴 때 보면 정말 전주인은 못 속인다 싶다니깐.”
“전주인, 누구?”
쉰 목소리가 미츠타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 이거구만. 사다무네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언제 한 번 크게 터지려니 생각했던 일이었다.
인간의 인생 몇 십 년은 검들에게는 찰나와 같은 순간이라, 검의 일생에서 스쳐지나간 주인은 수없이 많았다. 운이 좋아 한 가문과 오래 인연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란의 시대에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자주 옮겨 다니는 것은 특별할 것도 없었고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다만 머리로는 알고 있다고 해고 마음이 그렇게 형편 좋게 순응하기란 쉽지 않다. 혼마루에는 전 주인의 일을 상처 가득한 눈으로 말하는 검들도, 아예 입을 다물어버리는 검들도 있었다. 긴 시간동안 생긴 인연이 모두 좋고 행복했기도 힘들 것이다. 누군가 나서서 말 한 적은 없지만, 서로간의 내력은 먼저 밝히지 않는 이상 묻지 않는 것은 암묵적인 규칙이 되어 있었다.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에 대해서만 말하기로는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 역시 마찬가지라, 실제로 함께 했던 시간이 어찌되었건 미츠타다는 다테의 검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오른쪽 눈에 한 멋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안대에서 느껴지는 인상도 그러했지만, 사니와에게 스스로를 소개하며 그가 입에 담은 이름이 다테 마사무네였기 때문이다.
쇼쿠다이키리라는 이름을 받은 것도, 미츠타다가 츠쿠모가미로서의 의식을 갖게 된 것도 그 즈음이어서, 그 시절의 이야기를 주로 하는 미츠타다에게 아무도 어색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인간의 짧은 인생에서도 모든 인연이 같은 무게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검들의 긴 생애 역시, 더 기꺼이 기억할 만한 기억과 그렇지 않은 기억으로 나뉠 것이다.
실제로 함께 다테 가에 함께 있었던 것은 삼년 남짓이지만 그 시절의 기억은 이상할 정도로 선명해서, 오오쿠리카라 또한 혼마루에 미츠타다가 발을 디뎠을 때는 그리움마저 느꼈다. 다시 만난 미츠타다는 그 때의 기억과는 좀 다른 모습이었지만 곤란한 듯 다정하게 웃는 낯은 그대로였다. 그래서 오오쿠리카라는 구태여 알아보려 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몰랐다. 그에게 미츠타다는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라면 충분했고, 다테 가에서 함께 지내던 그 시간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변화가 생긴 것은 야겐 토시로가 중상을 입고 복귀한 날 이후였다. 단도라고는 하나 일부대의 대장, 그것도 극을 깨우친 야겐 토시로가 전장에서 부상을 입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제들에게 업혀 겨우 귀환한 야겐 토시로는 숨만 겨우 붙어 있을 수준의 심각한 부상이었다.
일부대는 아직 현현한지 얼마 안 된 단도들의 훈련을 겸해서 그리 위험하지 않은 지역으로 출진을 했을 터였다. 그런데도 저런 부상은 무엇이란 말인가. 환자를 수리방에 데려간 후 아직까지 공황상태인 미다레 토시로를 진정시키며 이치고 히토후리가 연유를 캐어 물었다. 지금껏 본 적이 없는 강한 적의 급습이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익숙한 지역이라도 전장에서 방심은 하지 않는다. 야겐 토시로는 능숙하게 적을 막아내며 아직 미숙한 형제들을 뒤로 물렸다. 적을 섬멸하지는 못해도 쫒아 보내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렇게 생각한 야겐에게 본 적 없는 빠른 대태도의 칼날이 들이닥쳤다. 허리를 크게 베여 휘청거리는 야겐 토시로에게 다른 적들의 공격도 집중되었다. 명백하게 한 명 만을 노리는 공격으로 보였다. 토시로들은 칼부림의 한 가운데에서 겨우 형제를 빼내어 퇴각 할 수 있었지만 기실 그것은 도주에 가까웠다.
지치고 겁먹은 동생들을 다독거리며 이치고 히토후리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니와를 흘끗 바라보았다. 여느 때보다 훨씬 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던 사니와가 한참 동안 정부와 교신을 하더니 도검들 모두를 소집한 것은 그날 늦은 저녁이었다.
사니와는 좀 잔걱정이 많기는 했으나 성품이 다정한 이였고, 그런 그가 말을 한참이나 고르고 있을 때는 어느 이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해야만 할 때였다. 몇몇이 일견 걱정스러운 표정을 했다. 아직 병상에 누워있는 야겐을 대신해 근시 업무를 맡은 호네바미가 사니와에게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 없는 격려에 힘을 얻은 듯, 사니와가 숨을 크게 들이키고 말했다.
“이번에 새로이 나타낸 적에 대해서, 정부는 아직 파악하는 중이라고 해.”
피해를 입은 것은 본 혼마루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느 곳에서는 이치고 히토후리가, 어느 곳에서는 호타루마루가, 또 다른 곳에서는 나마즈오 토시로가…. 비슷한 일을 겪은 혼마루의 상황을 되씹던 사니와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 일부대가 직접 겪었듯이 적은 특정한 검들만을 노리고 있어. 노려지는 것은, …본체가 소실되거나 그에 준하는 파괴를 겪은 도검.”
미츠타다의 손이 퍼뜩 안대로 가 닿는 것을 오오쿠리카라는 놓치지 않았다. 아주 찰나였지만, 아니 오히려 찰나였기에 오오쿠리카라는 어떤 예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